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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용의 시대, 효와 예술융합의 길

뉴스투게더 편집국 | 

박현희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예술융합학과 전임교수)

 

오늘날 예술은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닙니다. 연령, 장애, 문화적 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 예술(Inclusive Arts)’이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작의 문턱을 낮추고, 감정과 삶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예술적 접근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삶의 전환점이 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효학연구』 Vol.41(2025)에 게재된 필자의 논문 「노인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국내외 사례 분석 및 제안」을 바탕으로, 포용적 예술의 개념과 실천 사례, 그리고 ‘효(孝)’와의 접점을 중심으로 한 예술융합의 방향성을 함께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포용적 예술의 네 가지 원리

 

영국 예술교육학자 앨리스 폭스(Alice Fox)는 포용적 예술의 핵심 원리로 다음 네 가지를 제시합니다[1].

 

1. 상호이익 (Mutual Benefit)
참여자들이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서로에게 배움과 성장을 주는 관계를 형성합니다. 미술과 음악이 협력할 경우, 감각의 언어가 서로를 보완하며 참여자 개개인의 몰입과 표현의 폭이 넓어집니다.

 

2. 역량 강화 (Empowerment)
예술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삶의 경험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단순한 창작을 넘어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태도 변화를 이끕니다.

 

3. 목소리와 경험의 가시화 (Voice & Visibility)
창작된 작품은 참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사회적 메시지로 작용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공감과 연대의 토대가 마련됩니다.

 

4. 높은 예술적 품질 (High-Quality Aesthetics)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예술적 완성도가 낮아져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의 기획과 지원을 통해 성과에 대한 자긍심과 문화적 감수성을 함께 키울 수 있습니다.

 

노인문화예술교육의 효과와 사례

 

국내외 다수의 연구는 포용적 예술이 고령층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2019)의 조사에서는 예술활동이 어르신들의 정서 안정은 물론, 이웃과의 교류 기회를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정신건강재단(Mental Health Foundation, 2011)은 고령층의 예술 프로그램 참여 이후, 의료 서비스 이용량과 약물 복용량이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예술이 삶의 의미와 존재 가치를 재발견하는 매개로 작용함을 보여줍니다.

 

‘효’와 예술융합: 관계의 미학으로서의 확장

 

포용적 예술의 접근은 우리 전통의 ‘효(孝)’ 사상과도 깊게 연결됩니다. ‘효’는 단지 가족 간의 윤리적 의무를 넘어서, 세대 간의 존중과 삶의 경험을 이어주는 관계의 미학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예술은 말보다 먼저 다가가고, 기억을 형상화하며, 감정을 건네는 언어입니다. 노년 세대의 이야기를 예술로 담아내는 행위는 현대적 효의 실천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가족 중심의 효’에서 나아가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효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특히 미술과 음악이 융합된 세대통합형 프로그램은, 고령자와 젊은 세대가 함께 창작하며 상호 이해와 존중을 실천하는 장이 됩니다. 이는 ‘효’를 현대의 포용적 감성과 연결하는 예술적 윤리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술융합 교육의 미래 방향

 

앞으로의 예술융합 교육은 ‘효’를 기반으로 한 윤리적 상상력과 ‘포용’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합니다. 지역 미술관, 공연장, 복지기관 등과 협력하여 세대 간 다리가 되는 문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정성적·정량적 평가 체계를 통해 효과를 검증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예술은 결국,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함께 살아가는 언어입니다. 포용적 예술은 그 언어를 모두에게 열어주며, 삶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에게 제시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그 길을 더욱 넓혀야 할 때입니다.

 


[1]: Fox, A. & Macpherson, H. (2015). Inclusive Arts Practice and Research: A Critical Manifesto. Routledge.

 


박현희 약력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예술융합학과 전임교수
법무법인 한별 외 다수 법무법인에 작품 소장
『한국회화이해하기』, 『백발백중 시각디자인』 등 저서 출간
개인전 30여 회, 전시기획 30회 이상, 단체·기획전 500여 회 이상 참여
이원형 어워드 미술분야 심사위원장, 국제문화예술융합학회 회장, 미래융합포럼위원회 위원
수상: 2025 국회 교육위원장상, 2024 스포츠조선 혁신한국인 대상(문화예술 부문)
홈페이지: http://hyunheepark.co.kr
인스타그램: @nc4791